Vancouver in Canada

20. 캐나다 영주권 취득 한 후 해야할 일

Raincouver 2021. 1. 14. 10:53

2021. 01. 20

 

오늘은 그동안의 글들처럼 정보전달이 아니라 나의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여 일기 방식으로 글을 쓸 것이다.

 

나처럼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다 보내고 직장생활까지 한 토종(?) 한국인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민을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여기 캐나다엔.

아직까진 미국이나 호주에 비해 영주권을 취득하기 덜 까다로운 편에 들어가는 캐나다.

캐나다와 가까운 미국의 경우, 외국인 신분으로 대학교를 나와 좋은 성적으로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하는 케이스라 하더라도 이민까지 직결되기가 매우 힘들고 시간도 훨씬 많이 걸린다고 들었다.

미국 이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바는 없다. 캐나다에 살면서 미국 이민에 실패하여 캐나다로 넘어오신 분 이야기를 듣거나, 그냥 "어렵다더라~ "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아예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같은 영어권 국가이면서 대자연과 함께 어우러 살기위해 캐나다로 이민을 도전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다.

 

밴쿠버 다운타운을 강건너서 바라본 모습

캐나다에 와서 학교를 다니며 특정한 분야의 전공과 영어 공부를 병행하여 이민을 하신 분들은 보통 취업이나 본인의 진로 방향에 뚜렷한 목표가 있어 보였다. 외국인 신분으로 영주권자보다 적게는 두배 많게는 7~8배 가까이 비싼 학비를 내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학업 후 영주권 취득과 원하는 분야의 Job을 찾아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빨리 다져갔다.

 

반면 나는 자본적인 부분이 너무나 부족하였다.

한국에서 적당한 대학을 나와 평범한 직장생활을 해왔다.

유년시절, 나의 문화의 뿌리는 완전히 한국인으로 자리잡혀진 후 30대가 되어 발을 디딘 외국.

부모님 지원은 꿈도 꾸지 못하였고, 엄청난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은 1도 없었기에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영주권 취득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간절하였던 영주권인데,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간절하였는지 잘 모르겠다.

막상 영주권자가 되니 무엇을 어떤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내가 한국의 경력으로 여기서 나서 평범한 회사원이 되기란 정말 무리라는 것은 진작에 깨달았았다.

 

밴쿠버 다운타운 바닷가

 

내가 생각하였던 삶은

다시 캐나다라는 새하얀 도화지를 새로 받아, 밝고 아름다운 그림을 기초부터 탄탄히 그려 나가는 것이었다.

그런 줄 알았는데, 이미 그 도화지에는 "영어"라는 뼈대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지금에야 깨달았고... 볼품없는 내 영어 실력을 잘 다지기 위해 캐네디언과는 또 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도...

7여 년 가까이를 살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낯설다.

제일 큰 문제는 아직도 내가 도대체 어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하던 일을 하면 좀 더 수월한 선택이겠지만, 이미 나 스스로도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할 텐데...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냥 지금처럼 서빙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30대가 되어서 꿈 찾기, 적성 알아가기라니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겨울 내내 비가 오고 회색 빛깔의 날씨인 밴쿠버에서는 우울감을 더 증폭시키고, 그것이 무기력증으로 이어져 더욱더 하고 싶은 것이 없어지게 감정을 만들어 가는 기분이다.

 

나처럼 한국에서 자라 성인이 되어 영어를 접하게 된 사람들을 보면 (학교 영어 말고, 실제 회화 ㅠ) 정말 (나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런 문제 없이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구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

지인 오빠는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과 함께 이민을 왔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여기 캐네디언과 똑같은 나이에 똑같은 환경에서 지내왔고, 지금은 한국인과 전혀 관련 없는 캐나다 회사에서 근무 중인데도, 영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오빠의 말로는, 본인이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특정 주제 등에서 한계를 느낀다고 한다.

특히 백인 친구들 간의 하우스 문화나, 아주 어릴 적 듣던 미국 음악이나, 티브이쇼의 대화 주제에 공감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그게 무슨 영어랑 관련이 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외국인이 아무리 한국어를 잘하여도 줄임말이나 은어, 옛날 용어, 사투리, 한자로 된 단어 등을 완벽히 한국인처럼 이해하기 힘든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나도 캐네디언들과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힘들 때가 너무 많다.

그런데 가끔은 한국 친구들과도 거리감을 느낀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캐나다에 살면서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린 캐나다 문화와 습관들...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그만큼 새로운 문화 차이를 벌여놓게 된 것이다. 이제는 한국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캐네디언도 아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이 된 느낌.

 

앞으로 나는 평생 이방인으로서 이 캐나다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무슨 일을 하면서 어느 지역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떠한 생활방식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까?

다른 분들은 어떤 선택을 하였는지 궁금하다.

선택 장애가 있는 나에게 정말 힘든 선택의 연속이 될 것 같다.

 

반응형